책소개
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시인이 손으로 직접 써서 만든 시집이다. 자신의 시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들을 골랐다. 시인들은 육필시집을 출간하는 소회도 책머리에 육필로 적었다. 육필시집을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.
육필시집은 생활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시를 다시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기획했다. 시를 어렵고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함으로써 새로운 시의 시대를 열고자 한다.
시집은 시인의 육필 이외에는 그 어떤 장식도 없다. 틀리게 쓴 글씨를 고친 흔적도 그대로 두었다. 간혹 알아보기 힘든 글자들이 있기에 맞은편 페이지에 활자를 함께 넣었다.
이 세상에서 소풍을 끝내고 돌아간 고 김춘수, 김영태, 정공채, 박명용, 이성부 시인의 유필을 만날 수 있다. 살아생전 시인의 얼굴을 마주 대하는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.
200자평
1971년 등단한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 온 이하석 시인의 육필 시집.
표제시 <부서진 활주로>를 비롯한 40편의 시를 시인이 직접 가려 뽑고
정성껏 손으로 써서 실었다.
지은이
이하석
1948/ 경북 고령 출생.
경북대 사회학과 중퇴.
1971/ <현대시학> 시 추천으로 등단.
**시집
≪투명한 속≫(문학과지성사, 1980)
≪김씨의 옆얼굴≫(문학과지성사, 1984)
≪우리 낯선 사람들≫(세계사, 1990)
≪측백나무 울타리≫(문학과지성사, 1992)
≪금요일엔 먼데를 본다≫(문학과지성사, 1996)
≪녹≫(세계사, 2000)
≪고령을 그리다≫(만인사, 2002)
≪것들≫(문학과지성사, 2006)
≪상응≫(서정시학, 2011)
**시선집
≪유리 속의 폭풍≫(문학사상사, 1987)
≪비밀≫(미래사, 1991)
≪고추잠자리≫(문학과지성사, 1997)
**산문집
≪삼국유사의 현장기행≫(문예산책, 1995)
어른을 위한 동화 ≪꽃의 이름을 묻다≫(문학동네, 1998)
≪늪을 헤매는 거대한 수레≫(세계사, 2005)
≪우울과 광휘≫(문예미학사, 2007)
**수상
1988/ 대구문학상
1990/ 김수영문학상
1991/ 도천문학상
1993/ 김달진문학상
2002/ 대구시 문화상
2003/ 문화관광부 문화의 날 공로상
차례
시인의 말 5
부서진 활주로 6
폐차장 10
뒷쪽 풍경·1 14
투명한 속 16
못·2 18
김씨의 옆얼굴 22
강변 유원지·1 28
나른한 현장 32
우주선 34
얼룩 42
밖 46
유리 속의 폭풍 48
초록의 길 54
붉은 벽보 64
야외 소풍·4 66
또 다른 길 68
폐차장·2 72
이월 산 74
목계 가는 길 76
측백나무 울타리 78
현흥들·1 82
대가천·2 84
가야산 86
화암벌·1 88
쥐 90
소나무 94
물잠자리 96
야적·3 98
야적·6 104
소금쟁이 독서 108
압록강 110
실종 112
붉은 모래 116
누런 가방 118
통 122
쇼핑백들 126
커피숍 130
야적-포대들 132
것들 138
밥상 142
시인 연보 147
책속으로
부서진 활주로
활주로는 군데군데 금이 가, 풀들
솟아오르고, 나무도 없는 넓은 아스팔트에는
흰 페인트로 횡단로 그어져 있다. 구겨진 표지판 밑
그인 화살표 이지러진 채, 무한한 곳
가리키게 놓아두고.
방독면 부서져 활주로 변 풀덤불 속에
누워 있다. 쥐들 그 속 들락거리고
개스처럼 이따금 먼지 덥힌다. 완강한 철조망에 싸여
부서진 총기와 방독면은 부패되어 간다.
풀뿌리가 그것들 더듬고 흙 속으로 당기며.
타임지와 팔말 담배갑과 은종이들은 바래어
바람에 날아가기도 하고, 철조망에 걸려
찢어지기도 한다, 구름처럼
우울한 얼굴을 한 채.
타이어 조각들의 구멍 속으로
하늘은 노오랗다. 마지막 비행기가 문득
끌고 가 버린 하늘.